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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헌면 사랑방 이판사판
2012-03-23 18:54:44
최영도(영현면) <> 조회수 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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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이주 이상 계속되고 있는 교육부와 대학 간 내신 갈등 문제, 그리고 몇 달 째 계속되고 있는 무자격 교장 공모제로 인한 교장단과 교육부 간의 갈등.
이렇게 연일 계속되고 있는 교육현장에서의 갈등문제에 대한 신문 기사를 대하다보면 한마디로 `이판사판` 이란 단어가 생각난다.

이판사판은 원래 불교 용어에서 유래됐다.
이판(理判)은 이판승을 가리키는 말로 참선. 수도. 포교 등 불교의 이치를 탐구하는 스님을 뜻하며, 사판(事判)은 사판승, 즉 사찰의 행정 업무나 살림살이를 담당하는 스님을 말한다.
이판승과 사판승은 수레의 양 바퀴처럼 상호보완적인 관계다.
어느 하나만으로는 종단의 운영과 유지가 어렵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연구하고 이를 널리 펴는 것과 동시에 사찰이나 종단의 조직을 잘 관리해 불법을 유지. 전승하는 일 역시 중요하다.
그래서 '이판사판' 이란 용어의 긍정적 의미는 서로 다른 능력을 가진 상대를 존중하여 이(理)와 사(事)에 대한 각자의 능력을 조화롭게 발휘케 하여 결국 불교 발전에 함께 매진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긍정적인 의미는 오늘날까지 전해져 내려오지 않고 이판과 사판 간의 사생결단을 표현할 때 쓰는 부정적인 이미지만 전해지게 된 것은 조선시대에서부터 출발하게 되었다고 한다.
조선왕조의 숭유억불 정책으로 스님은 사회의 최하층으로 전락하게 됐다.
당시 스님이 된다는 것은 신분이 가장 낮은 계층으로 추락한다는 뜻이 된다.
속된 말로 인생이 끝장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이판승과 사판승을 통칭하던 이판사판은 '막다른 궁지' 또는 '끝장'을 가리키거나 뾰족한 묘안이 없음을 비유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해석은 조선시대의 숭유억불 정책에도 불구하고 이판과 사판 간에는 서로를 위하는 마음으로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였기에 이판사판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그 때 생겨난 것이 아니라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 생긴 이미지라 한다.

떼? 말기, 그동안 억불정책으로 위축되어 있던 불교의 중흥을 위해 불교계 내부에서 외세에 의존하여 불교를 중흥하려는 세력들이 생겨났고 일본을 끌어드려 조정의 간섭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에 일본은 사찰을 중흥시켜주고 그 대신 사찰을 통해 서민 속으로 파고들 요량으로 많은 스님들을 일본으로 유학시켜 그런 스님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친일의 본거지로 사찰을 이용하려했다.
그러나 출가하여 가족이 없는 비구승들은 가족에 대한 걱정이 적었던 관계로 다른 어떤 계층의 사람들보다도 항일 독립운동에 적극 가담하게 되자 전국의 사찰들이 친일의 본거지가 아닌 항일의 본거지로 자리 메김 되어져갔다. 
이에 당황한 일본은 가족이 있는 대처승(事判)들이 각 사찰의 주지가 되게 함으로써 항일정신이 강했던 비구(理判)들을 사찰에서 배척하거나 사찰 운영에서 소외시킴으로써 사찰들이 항일운동의 본거지로 활용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해방 이후 기독교인 이었던 이승만은 그 당시 사회적 기득권 세력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던 불교세력(대처승이 주류인 사판)들을 견제할 요량으로 비구(이판)들에게 정치적 도움을 주면서 이판과 사판 간에 사찰 쟁탈전을 치르게 함으로써 죽느냐 사느냐 식의 사생결단의 상황을 조장하였고, 이런 사건을 계기로 '이판사판' 이란 용어가 부정적인 의미로만 전해져 내려오게 되었다고 한다.

이판사판!
조화와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으면 수레의 양 바퀴처럼 상호보완적인 긍정적 의미를 살릴 수 있을 것이며, 견제와 배척 그리고 찬탈만을 부각 시킨다면 반목과 갈등으로 인한 사생결단식 부정적 의미의 외길만을 떠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동차에는 빨리 달릴 수 있게 하는 가속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안전하게 빨리 달리기 위해서는 상황에 따라 방향을 바꿀 수 있게 하는 핸들도 필요한 것이며, 속도를 줄이거나 멈추게 하는 브레이크도 필요한 것이다.
더욱더 빨리 달리게 하기 위해서는 더욱더 강력한 반대의 성질을 지닌 브레이크가 꼭 필요한 것이다.

초·중등 교육의 정상화를 위하여 내신적용 비율의 확대가 필요하다.
그러나 대학의 질적 향상과 경쟁력을 갖춘 인재 육성을 위해서는 가르칠 사람들이 그런 자질을 가진 학생들을 스스로 선발할 수 있도록 하는 대학의 자율성도 필요하다.
'내신 아니면 수능' 이라는 이판사판 식 한 길만 서로 주장할 것이 아니라, 수시입학을 통해 내신이 존중될 수 있는 길을 열어두고, 정시입학은 대학 자율에 맡겨 두면 안 될까?

학교장이 되는 승진의 길도 지금처럼 점수제에 의한 자격증제도로 한 길만을 고집하게 되면 다양한 교육적 자질과 인품을 갖춘 폭 넓은 사람보다는 바로 눈앞에 있는 작은 점수 챙기기에 급급한 조금은 폭이 좁고 편향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더 쉽게 교장이 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하나의 가치만을 추구하기 위해 경쟁적 편향적으로 살아온 사람들이 과연 수요자와 공급자 또는 공급자와 공급자 간의 수많은 갈등들을 조정해 줘야할 교장 직을 잘 수행할 수 있을까?
학생들을 잘 가르치는 일(이판)도 중요하고 그런 교사들이 가르치는 일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뒤에서 행정적으로 학교를 운영해주는 교장(사판)도 존중되어야 한다.

하나의 가치에 몰입되어 자신의 입장만 주장하는 편향적인 사람을 건강한 사람이라 할 수 없듯이 대부분의 국민들이 한 길로만 가기를 바라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

서로 다름에 대한 인정과 다름에 대한 존중에서부터 성숙한 시민, 건강한 사회가 시작될 수 있지 않을까? /2007-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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